지난달 22일 방문한 경기도 평택의 우원기술 본사에선 직원들이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 설비 부품을 조립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원기술은 배터리 분리막 양면에 양극재·음극재를 부착해 층층이 쌓는 스태킹(stacking) 장비를 전문으로 생산한다. 우원기술 김태완(48) 대표는 “내년까지 생산 물량이 꽉 차 있다”며 “수주한 물량을 소화하기가 벅차 공장을 계속 늘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 공장 2개가 가동 중이며 세 번째 공장도 올해 하반기부터 가동 예정이다.

우원기술의 주력 생산품인 Z-스태킹 장비는 기계에 베틀처럼 분리막을 걸어놓으면 기계가 좌우로 반복해서 움직이며 양극재·음극재를 자동으로 부착한다. 분리막 1장당 양극재·음극재를 붙이는 데 0.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인정받아 산업통상자원부의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지정됐다.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시의 우원기술 공장에서 만난 김태완 대표는 "엔지니어라면 누구든 자신의 제품을 설계해 양산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며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품었던 꿈"이라고 했다. 우원기술은 배터리 분리막에 양극재·음극재를 부착하는 설비를 생산한다. /장련성 기자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시의 우원기술 공장에서 만난 김태완 대표는 "엔지니어라면 누구든 자신의 제품을 설계해 양산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며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품었던 꿈"이라고 했다. 우원기술은 배터리 분리막에 양극재·음극재를 부착하는 설비를 생산한다. /장련성 기자

김 대표는 LG전자 생산기술원과 LG화학 배터리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에서 10년 이상 배터리 기술을 연구했다. 2015년 회사를 나와 인생 2막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30대 초반 LG전자에 입사했을 때부터 내 회사를 차려 내가 설계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며 “엔지니어라면 누구든 자신의 제품을 설계해 양산했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2013년 설립된 우원기술은 연 매출 1억원 미만의 R&D(연구개발) 기업이었다. 김 대표는 2015년 우원기술의 지분 25%를 사들인 후 우원기술을 배터리 설비 제조 업체로 바꿨다. 현재는 김 대표가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 경영을 맡을 때 우원기술은 자본금 1억6000만원의 1인 기업이었다”며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설비 설계·구매·발주·조립·제작을 도맡아 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우원기술은 연 매출 약 2000억원, 직원 200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는 배터리 생산 설비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면서, 당시로서는 생소한 스태킹 공법을 선택했다. 기존 방식보다 양극재·음극재 부착 속도는 느리지만 분리막을 알파벳 ‘Z’ 형태로 접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당시 스태킹 장비가 분리막 1장에 양극재·음극재를 붙이는 시간이 장당 1.2초였는데, 2017년 장당 0.6초까지 단축했다. 우원기술은 이를 앞세워 국내에서 유일하게 스태킹 공법으로 배터리를 제조하던 SK이노베이션에 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제조 설비는 우원기술이 전량 공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600대를 납품했고 올해 납품이 예정된 수주 물량만 약 2500억원어치에 이른다. 우원기술은 SK온의 애프터서비스 요청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미국·중국·헝가리에도 현지 법인을 세웠다.

우원기술은 올해 매출 2000억원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2023년까지 수출 1억 달러, 2025년까지 매출 4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물류 로봇과 반도체 공정 자동화 등 사업 분야를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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